아침의 첫 숨결과 한라산의 입구
오전 5시 정각, 제주시 근처에서 일어나 기차역으로 가는 길에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왔다.
지하철을 타고 서귀포로 향하면서 몸은 아직 잠들 듯 평온했다가 한라산의 풍경이 떠올랐다.
입구에서 출발한 순간, 눈앞에 펼쳐진 푸른 숲과 그 뒤편에 솟아오르는 봉우리가 마치 세상을 물들이는 색채 같았다.
지점마다 등산로 표지판이 깔끔하게 설치돼 있어 초보자도 안심할 수 있었다. 제주한라산은 언제나 친근하고 따뜻했다.
기분 좋은 아침, 차가운 공기가 얼굴을 스치며 숨결과 함께 새벽의 소리까지 들려왔다.
비와 바람이 부드럽게 섞인 풍경 속에서 한라산은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다가왔다.
숲속길, 작은 모험을 시작하며
시험림 길을 따라 걷기 시작하면 울창한 숲의 향기가 코끝에 스며들었다.
파인 나무 사이로 빛이 흩어져 있어 마치 반짝이는 보석처럼 느껴졌다.
돌길은 우둘투둘 돌출해 있어서 발을 조심스럽게 내딛는 것이 필요했다. 이때마다 작은 성공감이 생겼다.
새들의 노래가 배경음악 같았고, 낙엽 위를 스치는 바람 소리가 마음까지 녹였다.
길 끝에 있는 휴식 공간에서 물 한 모금과 삶은 계란을 먹으며 잠시 숨을 고르기도 했다.
대피소와 함께한 여유로운 중간 쉼
진달래밭 대피소는 가벼운 안락함이 있었고, 내부에 놓인 소파에서 짧은 휴식을 취했다.
배낭을 한쪽으로 두고 스포츠 음료와 양갱을 챙겼다. 작은 간식 하나가 여행의 즐거움을 배가시켰다.
비는 그쳤지만 보슬보슬 내리기 시작했으며, 구름은 천천히 걷혀 나왔다.
이때 주변 풍경이 조금씩 드러나면서 눈에 띄게 아름답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라산의 정수였다.
다시 등반을 시작하며 기분은 상쾌했고, 새로운 에너지가 몸 안에서 흐르기 시작했다.
백록담 정상과 그곳에 숨겨진 이야기
09:05가 되어 백록담 정상을 달렸다. 남자 등산객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사람은 31살의 네팔에서 온 이였다. 한국어도 잘하고, 그곳에서 눈부신 일화들을 나눴다.
백록담 정상에서는 운무가 가득했다가 잠시 구름이 걷히며 경치를 보여주었다.
한라산 백록담 17번째 성공을 혼자서 자축하며, 마음 속에서 따뜻함이 퍼졌다.
정상 데크 정비 공사로 인해 금줄이 설치돼 접근할 수 없었던 부분도 있었지만 여전히 경관은 훌륭했다.
하산길의 노루와 사라오름 호수
등산을 마치고 하산하면서, 한라산 노루가 데크 아래에서 놀았다. 그 모습이 인상 깊었다.
사라오름으로 가는 길에는 운치 있는 풍경과 함께 작은 물줄기가 반짝였다.
그곳에 서서 호수를 바라보며 여유를 즐겼다. 물결 속에서 빛나는 구름을 보는 듯했다.
하산길은 평화롭고, 주변에는 예쁜 꽃들이 가득 피어 있었다. 기분이 한층 더 부드러웠다.
노루와 함께한 순간은 여행의 특별함을 더해 주었다. 두 번이나 만난 것은 운명 같았다.
구름과 눈부신 일출, 그리고 새로운 하루
오늘 아침 5시 조금 전에 입산했는데, 한라산에서 느껴지는 기온은 기대 이상이었다.
낮은 비가 오자마자 구름이 걷히며 백록담 화구벽이 신비롭게 빛났다.
일출 시간이 늦었음에도 불구하고 붉게 물든 하늘과 어우러진 모습은 감동적이었다.
산타가 준 미니 랜턴으로 길을 비추며, 바람막이를 꼭 챙겨야 할 것 같았다.
그날의 풍경은 여름이 아니라 가을처럼 은은하게 빛났다. 한라산은 언제나 새로운 색깔을 선물한다.